기록

어니언 성수

ahoygil 2020. 8. 18. 17:59

올해는 성수동에 참 자주 간 것같다.

근처에서 대학원을 다닐 동안에도 거의 가지 않던 곳을 이렇게 가게된 이유는 여기 혼자 사는 친구 때문이다. 35년만에 처음으로 서울에 자리를 잡게된 그가 올해 초 이곳에 방을 구한다고 했을 때 맹비난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직장에서도 멀고 방값도 비싼 곳에 굳이 왜 가냐며 서울바보 취급을 했었는데, 만족하면서 사는 모습을 보고 괜한 참견을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서울 어디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데다 지하철도 2개 호선이 지나가서 접근성이 좋았다. 내가 제일 많이 놀러간 듯싶다.

오늘도 볼일이 있어 2호선을 타고 자양동으로 가는 길에 연락했다가 갑작스럽게 만나게 되었다. 아직 식사를 못했다고 하기에 나는 근처 식당을 찾고 있었는데, 그는 나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고집했다. 둘 다 완고한 성격이라 결국 내가 배고픈 그의 뜻대로 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제안한 블루보틀과 스타벅스를 무시하고 굳이 성수역까지 걸어가서(그와 나는 뚝섬역에서 만났다) '어니언'을 가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한 역 거리를 한참을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낡은 공장건물을 카페로 바꾼 성수동의 전형적인 공간이었다. 브루드 커피(4,000원), 플랫 화이트(5,500원) 등의 음료들은 웬일로 그리 비싸지 않았다. 주문하는 사람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는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이었다. 두 건물을 이어놓은 구조 또한 교토 블루보틀과 흡사했다(둘 중 '어니언'이 먼저 생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블루보틀처럼 좀 더 '손을 댄' 모습을 선호한다. 그래도 일제강점기 때를 재현한답시고 왜색짙은 인테리어로 도배해놓은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다음 번에는 빵도 한 번 먹어봐야겠다.

2020. 8. 18. 성수2가제3동,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