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육식당
뚝섬한강공원이 복구작업을 끝내고 개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의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안내하고 있었다. 아침에 7호선을 타고 한강을 건너는 친구도 '뚝섬을 달리는 사람들이 보인다'고 알려주었다. 다만 날씨가 문제였다. 오늘도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저녁에 만나서 뛰기로했는데, 의정부에서 오는 친구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멀리서 오는데 헛걸음하면 미안한 일이므로, 오후내내 날씨앱과 하늘을 번갈아보았다. 강수확률과 예상강수량이 모두 줄어드는 것을 보고 달리기를 강행하기로 했다.
긴 장마로 지쳤는지, 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밖에 나온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하늘에는 노을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든 비가 내릴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길이 어디까지 정비되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뚝섬유원지역에서부터 성수대교까지 편도 3km를 왕복하기로 했다. 한 번은 성수대교에서 잠수교까지 달린 적이 있었는데, 고가도로 아래를 달리는 구간이 많고 길도 삐뚤빼뚤해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코스는 직선이라서 좋았다. 반환점 성수대교의 야경도 예뻤다.
양꼬치 거리까지 걸어갈까하다가, 뚝섬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친구가 있어서 역 바로 앞에 있는 삼겹살집으로 갔다. 구글로 검색해서 찾아간 깔끔한 가게였다. 손님이 많아서 밖에서 잠시 대기했다. 주변에 고깃집이라고 할만한 곳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어서 그런지 궁금했다. 야외에도 테이블이 두세개 있었는데,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시설은 따로 없었다. 그 곳에 앉아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면서 술부터 마셨다. 교대 이층집처럼 삼겹살집에서도 생맥주를 팔면 더 좋을텐데.
맥주 두 병째쯤 자리가 났다. 180g 당 14,000원으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테이블끼리의 간격은 넓지 않아서 소음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 불의 열기때문에 약간 더웠는데, 다행히 직원이 어느 정도까지는 구워주었다(다 구워주셨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지만, 내부 정책인 듯했다). 셋 다 입을 모아 말할 정도로 직원분이 엄청나게 친절했다. 뜻하지 않게 8일 동안 삼겹살을 세 번이나 먹게 되었는데, 고기도 온유월식당보다 더 맛있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다.
집에 도착했더니 기가막히게 비가 쏟아졌다.
2020. 8. 14. 자양3동,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