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온유월식당

ahoygil 2020. 8. 12. 17:07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매일 비가 와서 달릴 생각을 못 하고 있었는데, '비를 맞으면서 달리면 기분이 더 좋다'는 친구의 꾐에 빠져 저녁 약속을 잡았다. 번개가 치지 않는 이상 뛰기로 했다. 새벽에는 비가 창문에 부딪치는 소리에 깰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는데, 오후들어서는 신기하게도 하늘이 잠잠해졌다. 다만 한강공원은 아직까지 통제 중인 까닭에 뛸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짧은 코스에서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정한 곳은 반포대로 서울성모병원부터 서울고등검찰청까지의 구간이었다. 올림픽대로에서 빠져나와서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지나가면서 눈여겨보고 있던 곳이었다. 적절한 길이와 언덕에, 중간에 신호등도 없고, 무엇보다 사람이 적어서 좋아보였다. 원래는 잠수교에서 인터벌을 했었는데, 통행객이 많아서 다소 민폐였기 때문이다. 오늘은 30분 정도 달리는 동안 마주친 사람이 20명도 채 되지 않았던 것같다.

땀에 절어 끔찍한 모습으로 고속터미널역을 관통해서 쇼핑타운까지 갔다. 식사만 합류한 다른 친구가 이 식당을 추천했다. 삼겹살 가게가 지하에 있어서 생소했다. 평일 20:00에 대기번호 6번을 받았다. 상가 복도에 마련된 벤치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았다. 복도에도 강력한 에어컨이 있어서 좋았지만, 옆가게 야미또치킨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맥주만 주문해서는 안 된다고 해서 은행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30분만에 입장한 온유월식당에서는 '착한 삼겹살'과 '대통령상 대상 목살'을 모두 160g 당 14,000원에 팔고 있었다. 가격은 마음에 들었지만, 메뉴이름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불판온도를 재기는 했는데, 화력이 부족한지 고기가 잘 익지 않았다. 시행착오 끝에 구워낸 고기는 나쁘지 않았다. 샐러드와 명이나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고추는 너무 매웠다. 함께 시킨 라면도 빨간 고추가 들어가서 정말 매웠다.

사장님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것같다.

2020. 8. 11. 반포3동,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