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요약하자면, 제값주고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리조트들은 편차가 심한 편이다. 일단 개수가 많고, 역사도 오래되었다. 그래서 언제 지어졌는지, 리모델링은 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2018. 가을 거제에서 개장한 '벨버디어'가 그 중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물론 그래서 가장 비싸다). 가본 사람들도 모두 호평 일색이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 여수에 '벨메르'가 새로 생겼다. 벨버디어처럼 이름에 'belle'을 붙이고 있어서 기대가 컸다. '이왕이면 더 새것'이라는 생각으로 벨메르에 가보았다.
외관만 보면 거대한 리조트같지만, 29층 건물의 상당수는 오피스텔로 분양되었고, 벨메르는 그 중 일부분만을 사용하고 있다(총 100실). 주거시설과 함께 있다보니 다소 어수선했는데, 알고보니 분위기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침실 2개와 거실 1개로 이루어진 4인용 방(슈페리어 스위트)을 잡았는데, 그 중 침실 1개는 사실상 거실을 쪼개서 만든 것이었다. 게다가 그 침실 안에서도 거실 바깥의 전망이 보이게 하도록 벽을 통유리로 만들어두었다. 전망은 좀 볼 수 있었지만 결코 예쁜 모양새는 아니었다.
TV와 침대를 제외한 비품들은 모두 2인 기준이었다. 욕실은 두 개인데, 헤어드라이어는 하나 뿐이고, 추가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두 욕실 중 한 곳에만 이른바 '어메니티'가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다른 한 곳에는 다회용 샴푸와 린스만 비치되어 있었다). 옷장도 침실 한 곳에만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침실에 옷장을 둘 공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정말 아무런 이유없이 옷장이 하나 뿐이었다(가운도 두 개 부족했다). 한편, 호텔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얼음 정수기도 없고, 따로 얼음이 제공되지도 않았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전망은 아주 좋다. 직원들도 착하고 친절하다. 사우나와 수영장은 깨끗하지만, 1시간 이상 놀기에는 좀 좁은 듯하다. 주변 관광지 중에서는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장도 '예울마루'가 특히 좋았다. GS칼텍스의 압도적인 자본을 아낌없이 쏟아낸 것 같았다. 작은 섬은 다리를 통해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 다리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측정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방문객은 경비원이 통행을 제지했다. 나도 나중에 이런 섬 하나 가질 수 있을까.
같은 값이면 거제 벨버디어가 나은 것같다.
2020. 9. 24. 웅천동, 여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