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달리기 모임 때면 항상 가는 곳이다.
애초에 이는 운동에 대한 보상으로 정해진 곳이었다. 그러나 달리기를 하러 가는 길 중간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서 늘 우리의 의지를 시험한다. '2주 연속으로 뛰었으니까', '뛰고 난 몰골로 들어가는건 민폐니까', '어제 술 마셔서 피곤하니까' 따위의 갖은 이유를 만들어서 스타벅스로 발길을 돌린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선택해서 죄책감을 줄인다. 친구들에게는 무료음료쿠폰을 쓴다는 이유로 자바 칩 프라푸치노(355ml 당 340kcal)를 먹여서 도덕적 우위를 점한다.
가끔 달리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스타벅스에 가면, 주말 아침인데도 이미 빈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혼자 오는 사람들보다는 친구 또는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다. 일요일 9:00에 커피를 마시러 외출을 하는 그들의 부지런한 모습이 놀라웠다. 나는 아내에게 카페라떼를 만들어주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사오는게 훨씬 귀찮기 때문이다. 그런 부지런한 성격 덕분에 반포에 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반포에 살기 위해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
그런데 COVID-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2주간 스타벅스에 앉을 수가 없다. 중앙사고수습본부의 방역수칙에 의하면 '프랜차이즈형 커피음료전문점'이 그 적용대상인데, 스타벅스도 위 '프랜차이즈형'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토요일 아침에 찾은 스타벅스 뉴코아강남점은 사건현장처럼 곳곳에 차단선이 둘러져있었다. 신반포자이를 바라보며 자주 앉던 야외 의자도 뒤집어져있었다. 손님들은 한 명씩 줄을 서서 주문한 커피를 배급받아나갔다.
그러고보니 지난 8월에 연다던 스타벅스 서울웨이브점도 감감무소식이다. 스타벅스 현수막을 떼어버린 곳에서는 벤츠 자동차를 팔고 있었다.
2020. 9. 5. 반포3동, 서울